라이프로그


문수 스님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조계종 비구 문수 스님이 낙동강변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燒身)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이 품고 계시던 뜻을, 죽어서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제 몸을 불살랐던 심정을 감히 추측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분이 남기신 유서를 보며, 저는 얼굴 한 번,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했던 그분의 죽음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습니다.





살아서 가진 무게를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을 소신공양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한 줌의 재.
갓 태어났을 때 보다 가벼워지면서까지 바라셨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단 세 줄의 유서. 법명 하나.
한껏 가벼운 몸으로 세상을 뜨시고 남기신 것들입니다.
단출하고 빈한합니다.
그러나 저 세 줄이 그 어떤 존재보다 무겁습니다.
저 안에 들어있는 의지가, 소신이 무섭게도 무겁습니다.

한 번의 죽음이 많은 것을 말하고 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쥐 잡는 날


귀여워서 어쩔 ㅋㅋㅋㅋ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미문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


저 말을 보고 절대 투표할 마음이 안 든다면 수구꼴통이다.
또한 저 말을 보고 절대 투표할 마음이 든다면 입진보들이고.
노는 날 만만세라고 생각한다면 평범한 사람이다.

난 셋 다 아니다.
투표는 그냥 해야 한다. 왜 해야하는지도 모른 채, 나는 항상 공보물을 들춰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투표를 하러갔다. 재수 후에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었을 때는 더했다. 나는 투표 날 기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다, 당일날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부재자 투표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투표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해야 하는 것이니 했다.

몇 번, 쫓기듯 내려가는 고향길 차창에서 지친 얼굴의 나를 본 적 있다. 빨간 눈의 나를 보며 멍청한 자신을 탓했다. 그러나 기찻간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나는 그 평화로운 기찻간이 좋아 투표를 하러 고향에 내려가는지도 모른다. 내가 평화롭게 살기 위해 투표를 하러 고향에 내려가는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 귀한 사람이기를 바래서 투표를 하러 고향에 내려가는지도 모른다. 지금 정부가 싫어서 투표를 하러 고향에 내려가는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지극정성이었다. 마치 기원 드리는 느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나는 여전히 셋 다 아니다.
나는 6월 2일,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내려가서 투표를 하고 당일에 올라올 것이다. 예전부터 그러했듯이.

김상곤 후보와의 블로그 간담회, 즐거웠습니다. 시사



지난 22일, 신촌에서 열린 김상곤 후보의 블로거 간담회를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더군요. 웹에서만 보던 블로거 분들을 직접 보아서 즐거웠고, 생각보다 자리 자체가 진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여서 또 즐거웠습니다.


교직에 몸담고 있으신 분, 기자, 학생, IT 관계자 분들에 지역도 독일, 대전, 충주 등 다양한 분들이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각계의 많은 분들의 활발한 토론 덕분에 간담회 자체도 굉장히 즐거웠고요. 무엇보다도 김상곤 후보께서 말씀을 잘 못하신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달변이셔서 놀랐습니다. ㅎㅎ


좋은 시간 보내게 해준 주최 측에도,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주신 김상곤 후보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는 추후에 포스팅하겠습니다!


덧) 김상곤 후보의 벨소리가 빅뱅의 '마지막 인사' 였던 것...제가 꿈을 꾼건가요. ㄷㄷㄷ 


> 아래 영상은 김상곤 후보의 블로그에서 퍼온 것입니다. 



나의 바보 왕을 돌려달라 미문


1.

오쇼 라즈니쉬의 이야기 중 두개의 우물 이야기


옛날 어떤 사막 왕국에 두개의 우물이 있었다. 하나는 왕의 우물이었고 하나는 백성의 우물이었다. 어느 날 백성들이 쓰는 우물에 독이 풀려서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은 모두 미쳐서 날뛰며 침을 흘리며 춤을 추기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물물을 마셨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미치기 시작했다.


왕은 신하에게 물었다. 


"내가 어찌하면 좋겠는가." 


신하가 대답한다. 


"왕께서도 그 물을 드시는 법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왕은 우물로 걸어가 우물물을 마셨다. 그리고 결국 왕도 미쳐서 춤을 추며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백성들이 외쳤다.


 "드디어 우리 왕께서 제정신으로 돌아오셨다!"

 


2.


 '더이상 사랑받지 못하는 것 만큼 대상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은 없다 - 파스칼 키냐르'


이 문장을 여러 번 곱씹는다. 끊어 읽기도 하고 단숨에 읽기도 한다. 나는 나의 왕이 잘 했느냐, 못 했느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나는 아마 자격 없는 사람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평소와 같이 일어나고, 학교에 가고, 내키면 가지 않고,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눈물을 보이셨다고 들었을 때도 마음 약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잠이 오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에 가면 누군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광장을 가득 메운 많은 사람들 중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연기가 없는데 매캐한 냄새가 났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울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단상에서 내려온 왕이었다. 백성들과 한 번 이야기 해보자던 왕. 수 많은 신하가 부정했으나, 백성이 사랑한 왕이었다.

그리고 백성을 사랑했던 왕. 그는 나의 왕이었다. 


나의 왕에게 칼을 들이민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권선징악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듯 살 것이며 슬픈 얼굴로 왕의 영정 앞에 설 것이다. 백성들은 한동안 그들을 비난하겠지. 하지만 어김없이 백성들은 죽은 왕을 잊을 것이다.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것 만이 자연의 법칙이 아니었다. 백성들은 점점 망각하고, 망각하지 않은 자는 점점 더 괴로울 것이며, 비난 받은 자들은 점점 비대해 질 것이다. 이것 또한 자연의 법칙이었다. 


노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지나쳐오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의 왕이 필요하다. 

이제서야, 나는 나의 왕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자격 없는 사람이었다. 누구든 원망하고 싶었으나 주체가 없다. 그 때 왕을 비난하던 자들은 왕이 되었다. 그들은 나의 새로운 왕이 되었고, 새 왕은 입을 막고 있다. 기괴한 얼굴이다. 


주체할 수 없이, 나의 왕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그를 돌려달라고 말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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